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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영화 정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를 원작으로 한 변영주 감독의 영화. 개인적으로 변영주 감독은 예능이나 TV 프로에 패널로 출연한 하여 푸근한 모습으로 친절하게 영화를 설명해 주거나, 다양한 감상평을 이야기해 주는 모습으로 처음 접했는데, 나중에 <화차>가 변영주 감독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그녀가 굉장히 다시 보였던 기억이 난다. 김민희 배우가 연기 잘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 편견 또한 박살 낸 영화. 인간의 집착과 강박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 한국은 땅덩어리가 좁고 주민등록 시스템이 워낙 잘 되어 있어, 한국인 대부분 성인 실종을 곧 사건 사고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무슨 일을 당하지 않고서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 어려운 한국의 환경 하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원작자가 일본인인 만큼 '실종'의 소재를 활용하여 치밀하고 탄탄한 미스터리 스릴러를 만들어 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아날로그 시스템을 고수하거나 선호하는 문화가 있어, 주민등록 시스템이 우리나라처럼 빠르게 전산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땅덩이도 크고 인구도 2배인지라 자발적 실종, 즉 스스로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신분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될 정도로 '실종'에 대한 개념이 한국과 다르다. <화차>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한국적 색채를 더해 만들어진 영화이다. 때문에 아마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저걸 저렇게 감쪽같이 모를 수 있지?'라고 의구심을 가진 채 영화를 볼 수도 있는데, 이런 배경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제목인 <화차>는 원래 불교 용어인데,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싣고 지옥으로 달린다는 일본의 전설 속 불수레로, 영화 속 선영의 상태를 대변한다. 러닝타임은 117분. 네이버 평점이 현재 기준 8.08이지만 개봉 당시 9점대였던 미스터리 스릴러. 나도 스릴러 깨나 본 사람으로서 웬만한 스릴러 영화에 시큰둥한 편이지만, <화차>는 쫄깃쫄깃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봤다. 지금은 미스터리 스릴러의 많은 트릭과 플롯이 이미 너무 알려져 일반화되어 이 영화도 뻔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영화를 관람했던 2012년 당시 나의 개인적 평점도 9점. 시간은 아깝지 않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줄거리 및 등장인물
결혼을 약속한 예비 신혼부부 문호(이선균)와 선영(김민희).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부모님 댁에 내려가던 중 둘은 휴게소에 들른다. 그리고 문호가 커피를 사러 갔다 온 사이 차에 남아 있던 선영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휴대폰도 꺼진 상태. 문호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으리라 생각하며 전직 강력계 형사 사촌 형 종근(조성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런데, 그녀의 흔적을 찾던 종근은 예상과 다른 선영의 행적에 이것이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님을 직감한다. 알고 보니 무연고에 가족도 친구도 없다던 그녀의 과거, 이름 등 모든 것이 거짓이고 가짜다. 실종 당일, 자신의 전 재산을 현금으로 인출하고 살던 집에서 지문까지 치밀하게 모조리 지운 선영의 행적은 실종자의 그것이라기보다 범죄자의 도주에 가깝다. 문호는 혼란에 빠져 더욱 그녀를 찾는데 집착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은 이제 그만 찾으라며 그를 말리지만, 그는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운 탓인지 갈수록 그녀를 찾는데 집착한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조사하면 할수록 점입가경. 종근은 선영이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낸다. 도대체 그녀는 과연 누구인 걸까? 어떤 삶을 살았고 왜 도망친 것인가? 문호는 이제 그녀가 더 이상 자신이 알던 선영이 아님을 받아들이지만, 그만큼 속았다는 분노에 휩싸여 왜 자신을 속였는지라도 알아야겠다며 선영의 정체를 집요하게 추적하게 되고, 그녀의 정체에 다가갈수록 점점 더 충격적인 질실들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결말 해석 후기 (스포 있음)
선영의 진짜 이름은 차경선. 과거 엄청난 빚을 남기고 간 아빠로 인해 평범한 삶을 살기 어려워지자 사채업자들로 인해 성매매 업소로 팔려가는 등 고초를 겪다 가까스로 탈출한다. 그때 불현듯 생각해 낸 새로운 삶을 살 방법. 바로 다른 사람의 신분을 훔치는 것. 이후 그녀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적은 무연고자 강선영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가까워진 후 살해하고 그녀의 시체를 유기한 뒤 강선영의 신분으로 살아온 것. 문호는 경선의 발자취를 쫓는 것에 지쳐 그만두려던 찰나, 경선이 다른 범죄 대상을 찾는 정황을 알게 된다. 또다시 반복될 수 있는 비극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 끝에 결국 그녀를 만나게 되고, 절규하며 자신을 사랑하긴 했냐고 묻지만 경선은 자신이 쓰레기라며 고개를 젓는다. 경선을 놔주는 문호. 하지만 곧 경선은 경찰에게 포위되고, 결국 옥상으로 도망쳐 코너에 몰리자 스스로 뛰어내려 삶을 마감한다. 사실 경선은 문호의 부모님에게 인사드리러 가던 길 휴게소에서 카드를 만들어 주려던 문호의 친구에게서 온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선영의 파산기록에 대해 물었고, 자신이 모르는 선영의 과거에 대해 듣는 순간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까 두려진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그 길로 다시 집으로 돌아와 사진의 흔적으로 지우고 다음 대상을 물색하며 다른 삶을 살기 위한 두 번째 살인을 계획한 것이다. 기존 소설에서는 주변인의 진술을 통해서만 경선의 행적을 따라간 것에 반해 영화는 그녀의 관점에서 그녀가 겪은 많은 것들을 관객에게 보여주며,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망가져가는 한 개인을 삶을 적나라하게 대리 경험하게 한다. 때문에 우리는 그녀가 저지른 짓은 끔찍하지만, 한편으로 그녀를 연민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이는 클라이맥스에서 경선을 놓아주는 문호의 마음에 더욱 공감하게 만든다. 갑자기 내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소중해지게 만드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