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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영화 정보

<옥자>에서 조연출을 맡았던 유재선 감독의 장편 데뷔작. '최근 10년간 봤던 한국 공포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영화'라는 봉준호 감독의 인상적인 극찬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몽유병을 소재로 하여 아주 현실적인 공포를 느끼게 했던 스릴러. 가장 아늑한 공간이어야 할 집에서, 가장 편안해야 할 자는 동안에 벌어지는 기이한 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밤만 되면 그 누구보다 낯설고 두려운 존재로 돌변하는 상황을 미스터리하게 그려냈다. 장르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되어 있으나,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호러나 공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23년 9월 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 타임 94분. 생각보다 길지 않아 방심했다가 영화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탓에 상영관에서 나오자마자 화장실에 달려갔다. 나의 일상 속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을 법한 일이기에 영화 보는 내내 실감 나게 피부에 와닿는 불편함과 두려움, 공포를 떨치기 힘들었다.  

 

줄거리 및 등장인물

신혼부부인 수진(정유미)과 현수(이선균). 행복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수진은 새로 이사온 아랫집으로부터 층간소음으로 인해 괴롭다며 조심해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황당해한다. 하지만 곧 그 소음의 원인이 현수의 몽유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처음엔 '누가 들어왔어'라고 중얼거리는 정도였지만, 이후로 점점 기괴해지는 현수의 행동에 점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수면 클리닉을 다녀보지만 증세는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지는 통에 수진도 점점 혼돈에 빠지게 되는데. 설상가상 임산부였던 수진이 아이를 출산하게 되면서, 밤 동안 현수로부터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수진은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며 부부와 가정의 의미를 남다르게 생각하는 캐릭터. 하지만 이러한 수진의 잠재했던 강박은 현수의 몽유병으로 인해 상상하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그들의 삶을 바꾸게 되는데. 미스터리 장르의 마니아라면, 현수의 몽유병으로 인한 공포는 이미 예고편에서부터 예견되었던 만큼 수진으로 인한 이야기의 새로운 국면이 있을 것을 가늠할 수 있었을 것이다.  

 

리뷰 결말 솔직 후기 (스포 없음)

봉준호 감독이 유재선 감독의 이 영화를 '유니크하고 스마트한 영화'라고 평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잘 짜인 플롯과 기승전결. 관객들의 예상을 빗나가는 전개와 소름 끼치는 결말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평소 귀신이 나오는 오컬트, 호러, 공포 영화를 그다지 무섭게 느끼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새로운 유형의 공포와 두려움을 맛볼 수 있게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히려 현실적인 성격, 성향일수록 더욱 무섭게 느껴질 것 같다. 현수의 병으로 인한 공포와 함께 수진이 그런 현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에서 변해가는 모습 또한 또 다른 스릴로 다가오고, 후반부에 그 긴장감은 극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결말은 보기에 따라 닫힌 결말로 볼 수도, 열린 결말로 볼 수도 있다. 나는 상당히 닫힌 결말로 생각하고 조금 뻔한 결말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같이 본 동생들의 생각이 아예 달라 놀랐다. 모두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겠군', 또는 '이게 맞나 저게 맞나'라고 갸웃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 따라 확신을 가지고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 유재선 감독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엄청난 반전이 있다거나, 너무 재밌다거나, 엄청 무섭다거나 하는 일차원적 감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영화. 켜켜이 쌓아 올린 은은한 두려움과 불안에 불이 붙어 스릴과 공포의 극단으로 치닿는 복잡다단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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