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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영화 정보
본격 물리학 덕후가 만든 우주 영화. 덕질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러분. 다른 국가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른 작품에 비해 아쉬운 흥행 성적을 기록했지만, 한국에서만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기이할 만큼 흥행했다는 바로 그 영화 <인터스텔라>. 블랙홀, 웜홀, 사건의 지평선, 상대성 이론 등 꽤 어려운 물리학의 개념을 상상력의 소재로 썼기 때문에, 이 문턱에서 이미 난이도를 느낀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수학은 어렵다며 포기하는 수포자 문과생처럼 굴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인터스텔라> 이후에 나온 <테넷>은 줄거리 이해에 어려움이 있을 만큼 확실한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인터스텔라> 정도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물리학적 개념들은 그저 이야기를 위한 소재로 활용되었을 뿐, 감독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그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 구현된 블랙홀과 웜홀 등은 과학적 사실에 입각하여 예상하는 실제에 거의 근접한 수준으로 구현되어 많은 과학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블랙홀의 모습이 기존에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던 블랙홀의 모습과 사뭇 달라 화제가 되었고, 이후 블랙홀의 시각적 표현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노벨 물리학 수상자인 킵손 교수의 자문을 정성스레 받았다고도 알려져 있으며, 킵손 교수는 놀란 감독을 일컬어 물리학에 대한 집착적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과학 덕후의 덕력을 커밍아웃한 작품이라니까. 영화 예고편에 나온 어마어마한 넓이의 옥수수밭이 CG가 아니라 직접 토지를 사서 고이 경작한 실제 옥수수밭이었다는 후일담으로, CG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겠다는 놀란 감독의 고집과 집착을 증명했는데, 촬영 끝나자마자 애써 기른 옥수수는 싹 다 팔아치웠다고 한다. 러닝타임 169분. 거의 3시간. <반지의 제왕>만큼 긴 상영 시간이군.
줄거리 및 등장인물
가까운 미래에 지구는 환경오염과 기후 변화로 황폐화되고, 식량난과 재해로 전 세계의 정부와 각종 기구들은 대부분 붕괴 및 해체되었으며, 인류는 멸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딸과 아들을 둔 아빠이자, 과거 우주선 조종사였던 조셉 쿠퍼(매슈 매코너헤이)는 어느 날 중력 이상작용으로 생기는 각종 현상들을 겪게 되고, 이에 대한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하던 NASA팀을 발견하게 된다. 이곳에서 브랜든 교수(마이클 케인)를 만나게 되는데, 그에게 '라자로 프로젝트'에 대해 듣게 된다. 이는 토성의 뒷면에 생긴 웜홀을 통해 항성 간 여행을 하여 다른 은하계에서 인류의 미래를 이어갈 새로운 행성을 찾으려는 계획인데, 브랜든 박사는 쿠퍼에게 우주선의 조종을 부탁한다. 머나먼 우주로 떠나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임무인 만큼 고심하던 쿠퍼는, 그의 딸 세대에서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 했던 교수의 말을 떠올리며 제안을 수락하기로 결심하고, 쿠퍼가 끝내 돌아오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딸에게 자신의 것과 비슷한 시계를 주며 꼭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브랜든 교수의 딸 아멜리아(앤 해서웨이)를 포함한 대원들과 함께 먼 길을 떠난다. 그들의 목표는 사전 유인선발대가 추려낸 인간이 살 수 있을 만한 행성 3곳을 방문한 뒤 돌아오는 것이나, 여의치 않을 경우 그곳에 정착하여 가져간 수정란으로 인류를 재건하는 플랜 B까지 준비한다. 아무튼 2년 간의 동면 후 토성 근처의 웜홀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그들은 가까운 순으로 행성을 탐사할 계획을 세우고,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이라고 신호를 보낸 유인 탐사선 대원의 이름을 붙인 각 행성을 방문하게 된다.
결말 후기 (스포 없음)
밀러 행성, 만 행성, 에드먼드 행성을 거치는 동안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그들은 결국 지구에 남은 이들이 중력 방정식을 풀 수 있는 단초가 될 블랙홀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성공하고, 인간들이 정착 가능한 행성도 찾아내어 인류를 구원하고 임무를 완수한다. 어떻게 완수하는지는 글로 읽는 것보다 영화를 직접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글로 쓰면 오만배 더 어렵게 읽힐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스텔라>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쿠퍼가 블랙홀의 특이점에 닿아 5차원의 공간에 도달해 시간을 넘어 과거의 머피에게 모스 부호로 신호를 보내는 장면이다. 물리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녹록하지 않아 안간힘을 써 책을 한 권 떨어뜨리는 이 장면은 많은 코미디 프로에서 단골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감독은 결국 모든 기적의 근원에는 사랑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딸에 미래를 선물하고 싶었던 쿠퍼의 사랑, 에드먼드 행성으로 연인이었던 에드먼드를 보러 가고자 했던 아멜리아의 사랑 등 인류의 미래를 구원하기 위한 임무에 앞서 사랑이 있었음을 작품에 녹여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