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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영화 정보

두 번 말해 봐야 입만 아픈,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 <양들의 침묵>. 토마스 해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안소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의 명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였고, 원작 또한 브램 스토커상을 받았을 만큼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걸작이다. <양들의 침묵>, <한니발>, <레드 드래곤>, <한니발 라이징> 이렇게 총 4편으로 구성된 한니발 렉터 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이나 순서 상으로는 3번째라고 한다. <양들의 침묵>이라는 은유적인 타이틀은 영화를 모두 보고 나서야 진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단순한 플롯을 바탕으로 화려한 액션이나 CG를 자랑하는 영화보다 이렇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여러 겹의 레이어로 구성된 플롯으로 은근히 조여 오는 압박감을 맛보게 해주는 영화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매우 몰입해서 재미있게 보았다. 반전 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유주얼 서스펙트>를 보고 옛날 영화는 옛날 영화구나 싶은 감정을 느꼈던 터라 <양들의 침묵>도 큰 기대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바로 몰입해서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미장센이나 연출은 다소 올드하거나 과장된 면도 있으나, 스토리만큼은 탄탄하고 치밀하여 관객의 멱살을 딱 쥐고 놓지 않는 매력이 있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마인드 헌터>나 우리나라 드라마 <마인드 헌터>를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무려 1991년 영화. 러닝타임은 118분. 한니발 렉터 시리즈라는 것에서 예상 가능하겠지만, 18세 이상관람가. 잔인한 장면이 꽤 많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줄거리 및 등장인물

 

FBI 수습 요원인 클라리스 스탈링(조디 포스터)은 국장인 잭 크로포트(스콧 글렌)로부터 여자들을 납치해 죽이고 피부를 도려내는 변태 연쇄살인범 '버팔로 빌'을 조사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잭 크로포트는 미궁에 빠진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인물을 접견해 보라고 하는데, 그는 인육을 먹은 죄로 수감된 정신과 의사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 렉터 박사가 뛰어나고 잔혹한 살인마일 뿐 아니라 교활하고 똑똑한 지능범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스탈링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그를 경계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통해 렉터 박사가 많은 유효한 실마리를 제공하자, 살인마를 쫓기 위해 그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선택하고 그와 본격적으로 협상하며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렉터 박사는 스탈링의 질문에 답하며 그녀가 필요한 정보와 단서를 제공하는 대신, 그녀의 과거사에 대해 알려줄 것을 요구해 스탈링의 내면을 조금씩 분석해 나간다. 그러던 와중에 상원의원의 딸 캐서린이 버팔로 빌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상원의원은 더 시설이 좋고 편한 다른 감옥으로 보내줄 것을 약속하며 렉터 박사가 범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려줄 것을 요구하지만, 렉터 박사는 이송 과정에서 경찰들을 살해하고 교묘하게 탈출하여 빠져나간다. 홀로 수사에 전념하던 스탈링은 렉터 박사와 나눴던 마지막 대화를 곱씹으며 점차 사건의 단서를 찾다가, 현장 조사 과정에서 우연히 범인의 집에 방문하게 된다. 그간 조사 과정에서 모은 단서를 바탕으로 이 집이 범인의 집이라는 것을 눈치챈 스탈링은 범인이 전기를 끊어 암흑 같이 만들어 버린 끔찍한 소굴에서 전력으로 사투를 벌여 그를 죽이고 상원의원의 딸을 구출해 내는 데 성공한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정식 FBI 요원이 된 스탈링은 이후 렉터 박사의 축하 전화를 받는다. 

 

결말 해석 후기

전화로 렉터 박사는 스탈링에게 묻는다. '양들의 비명소리는 끝났는가?' 여기에서 이 영화의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스탈링은 어린 시절 울고 있는 양들을 풀어주려 애썼지만 실패했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양들의 비명이 환청처럼 들리곤 했는데, 무력한 존재의 괴로움을 해결해주지 못한 죄책감이 남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양'은 무력하게 연쇄살인범에게 죽임을 당한 여성 피해자들을 상징하기도 하며, 동시에 남초 집단 안에서 힘없고 연약한 존재인 스탈링 자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시에 자신을 늑대라고 칭했던 한니발을 생각하며 세상의 모든 무력하고 힘없는 존재를 대변하는 개념일 수도 있겠다. 때문에 스탈링은 사건 해결 후 더 이상 양들이 울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즉, 양들이 침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니발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뉘앙스의 말을 남기는데, 이는 결국 스탈링이 다시 또 이런 사건을 맡고 그들의 괴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리라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이 세상의 모든 무력한 존재들이 스탈링과 다름없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반복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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