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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영화 정보
<검은 사제들>로 한국형 오컬트의 진면목을 알린 장재현 감독의 또 다른 미스터리 스릴러 오컬트 영화. 2019년 2월 20일 개봉. 한국형 공포에 빠지지 않는 익숙한 소재의 조합에 불교적 색채를 더해 독특한 동양 사이비 무드를 영화에 덧입혀 불쾌하면서도 생경한 공포를 선사한다. 기괴한 귀신의 모습과 깜짝 놀라게 하는 등장으로 대표되는 컨저링류 외국 영화와 달리 은근하면서도 스산하게 천천히 조여 오는 공포, 동양 문화권의 무속 신앙에 근거한 사실적 묘사로 인해 꽤나 불쾌하지만 새로운 무서움을 경험할 수 있다. 때문에 꽤나 매니악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240만에 가까운 관객을 모아 감독의 흥행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무속 신앙과의 연계, 귀신으로 인한 공포를 꽤나 직접적이고 직설적으로 그려내 공포를 유발했다면, <사바하>는 초중반까지 수사물과 같이 영월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줄거리를 전개하여 관객들의 긴장감과 호기심을 유지시킨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짐에 따라 그 아래 감춰져 있었던 사이비 종교의 실체와 존재의 이유 등이 드러나는데, 공포 영화를 보기로 선택할 때 이미 예상하고 각오했음에도 막상 보면 늘 적응이 안 되는 끔찍하고 무서운 시청각적 요소들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다만, 잘 쌓아 올린 전반부의 독보적 분위기와 긴장감을 잘 이어 놀라운 결말, 반전, 감동으로 자연스럽게 귀결되었어야 할 후반부가 보는 사람에 따라 평이 갈릴 수 있게끔 연출되어 조금 아쉽기도 하다. 영화의 제목인 '사바하'는 만트라, 산스크리트어로 '성취', '길상'을 의미한다는데 기독교의 아멘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음산하고 잔인한 장면의 수위가 꽤 높지만 놀랍게도 15세 관람가.
줄거리 및 등장인물
극동종교문제 연구소 소장인 주인공 박웅재(이정재)는 기도만으로 모든 병을 낫게 한다는 신흥 종교 사슴동산의 비리를 쫓아 고요셉(이다윗)과 함께 이런저런 조사를 하던 중 영월 터널에서 죽은 여중생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정진영)과 마주하게 되고 용의자 김철진(지승현)에 대해 알게 되면서 일련의 사건들이 심상치 않게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고등학교 후배인 해안스님(진선규)의 도움을 받아 단서를 추적하지만 사건의 진실을 알기도 전에 용의자는 자살하고, 그가 마지막으로 만난 정체불명의 정비공 정나한(박정민) 그리고 사천왕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면서 동방교 교주 풍사 김제석과 연관된 사건의 진실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 더불어 16년 전 태어난 쌍둥이 자매 이금화(이재인)와 그 언니에 얽힌 비밀까지 한데 얽혀 연관 없는 듯 보였던 여러 사건들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물 밑에 감춰진 추악한 인간의 욕망이 드러나게 된다. "신이시여, 어디에 계시나이까."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리뷰 결말 해석 (스포 있음)
"그것이 태어나고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예고편에서부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이 문장이 정말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영화 중반부까지 명확하게 구분되는 듯했던 선과 악의 경계는 결말에 이르러 그 판단을 흐리게 한다. 겉보기에 음습하고 괴기한 존재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은 부정적 믿음과 배척을 낳고, 그러한 편견과 관점으로 인해 관객 또한 감독에게 속는다. 본인이 미륵의 사도라 믿었던 정나한은 사실 불로불사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한 교주에게 이용당한 나약한 인간이었을 뿐이며, 끔찍했던 태생으로 인해 모든 불길함의 상징으로 여겨져 척살의 대상, 뱀으로 여겨졌던 이금화의 언니는 사실 진짜 뱀을 없앨 사명을 가지고 태어나 그 뜻을 다하자마자 죽은 가여운 존재일 뿐이다. 교주 김제석의 제자(유지태)로 여겼던 이가 사실은 교주 본인이었으며 침상에 누워 숨만 붙어있던 존재가 본체를 숨기기 위한 방패로 사용된 진짜 제자였음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어서 꽤나 놀라웠다. 종교의 의미와 인간의 욕망, 선과 악, 삶과 죽음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