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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영화 정보
2023년 오랜만에 개봉한 류승완 감독 영화. 포스터 보고 <도둑들>의 레트로 해양 버전인가 했는데, 두 여자의 워맨스 (Woman+Romance) 영화였을 줄이야. '밀수'라는 불법 행위를 소재로 한 영화인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영화의 배경은 군산과 서천의 지명을 합친 것으로 추정되는 군천이라는 가상의 어촌으로 설정했다. 밀수가 판치던 1970년대, 동네에 화학 공장이 들어오면서 바닷가가 오염되어 해녀들이 물질로 먹고살기 어려워지고, 고육지책으로 밀수에 손을 대면서 좌충우돌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풍광 좋고 바다 색깔 예쁜 남해를 촬영지로 하지 않았나 했는데, 간간이 배 뒤로 보이는 지나치게 깔끔한 배경과 예상치 못했던 수중 액션을 너무나 투명하게 찍은 것을 보니 의외로 CG를 잔뜩 쓴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역할을 찰떡 같이 소화하는 김혜수, 오랜만에 올곧고 진득한 품성의 역할을 연기한 염정아 배우를 비롯하여 모든 남자 배우들도 각자의 롤에 충실하지만 코믹이든 감동이든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오락영화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러닝타임은 129분. 언제부터 15세 이상 관람가가 이렇게 너그러워졌나 싶다. 갑자기 툭 잔인한 장면이 나오곤 하니 살짝 주의해야 한다.
줄거리 및 등장인물
조춘자(김혜수), 엄진숙(염정아)은 진숙의 아버지의 어선 맹룡호를 타고 물질을 다니는 해녀다. 근처에 화학 공장이 들어오고부터 폐수로 인해 주변 바다가 오염되어 물질로 건져 올린 해산물 중 멀쩡한 것이 없고, 맹룡호 식구는 목구멍이 포도청, 다 함께 가난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어선을 통해 밀수를 해오던 브로커 삼촌(김원해)이 엄 선장에게 접근하는데, 대쪽 같은 성품으로 결단코 마다하던 엄 선장도 결국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해녀들과 함께 밀수에 발을 들인다. 밀수업자들이 바다에 빠뜨린 물건들을 해녀들이 건져 올리고 것인데, 밀수를 시작한 이후 맹룡호 식구들은 물론 동네에도 돈이 돌며 경제적 상황이 많이 좋아진다. 하지만 엄 선장은 불안함에 이제 그만 손을 떼기로 결심하고, 큰 건이 있다는 브로커 삼촌의 말도 마다하며 배를 정리한다. 이 얘기를 엿들은 춘자와 진숙이 어떤 큰 건(금괴)인지 브로커 삼촌에게 듣고 엄 선장에게 비밀로 한 채 마지막으로 밀수 한 건만 더 하자며 엄 선장을 설득해 바다에 나간다. 하지만 당일 하필 세관에게 딱 걸리고,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던 차에 엄 선장과 진숙의 동생이 죽고 해녀들은 감방으로 잡혀가는데 춘자는 다급히 몰래 빠져나온다. 몇 년이 흐른 뒤 맹룡호의 주인은 그 아귀다툼 속에서 살아남았던 맹룡호 선원 중 하나인 장도리(박정민)가 되어 있고, 별수가 없어 똑같이 밀수를 해서 먹고사는 해녀들의 벌이와 사정은 예전과 달리 이상하게 팍팍하다. 다른 해녀들보다 더 오랜 기간 형을 살고 나온 진숙은, 도망친 춘자가 맹룡호 식구들을 밀고하고 튀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날 춘자가 권 필삼(조인성)이라는 밀수계의 거물과 함께 군천으로 돌아온다. 처음에 진숙은 춘자를 의심하여 어떻게 니가 군천 바닥에 돌아올 수 있냐고 치를 떨지만 춘자는 이상하리 만큼 당당하고, 다른 해녀들과 달리 자신이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말한다. 그리고 권 상사를 이용하여 장도리 밑에서 고생하던 진숙과 해녀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돕지만, 진숙의 화는 풀리지 않는다.
결말 후기 평점 (스포 있음)
그러던 어느날, 권 상사는 서울과 부산의 자기 식구들까지 동원한 큰 건을 군천에서 진행하며 장도리를 죽여 버리겠다며 춘자에게 장도리가 밀고를 하고 있는 사진 증거를 들이민다. 춘자는 그 사진을 본 순간 오래전 맹룡호 식수들을 신고했던 장본인이 장도리이며, 자기가 도망치던 와중에 보았던 이상하게 친숙한 세관 이계장(김종수)과 장도리의 모습이 사실 둘이 한통속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같은 시각, 장도리 또한 권 상사의 계획을 눈치 채고 그를 쓸어 버릴 계획을 세우는데, 어릴 적 다방 레지로 동네 청년 마음 깨나 홀린 고옥분(고민시)은 어느덧 주인이 되어 이런 계획들을 귀동냥하게 되고 춘자와 진숙에게 알려준다. 춘자를 진숙을 찾아가 자신이 알게 된 사실을 말해주며 자신의 결백을 밝히고, 진숙은 바로 전 이 계장에게 일련의 계획들을 밀고했다며 자백하고는 춘자에게 미안해한다. 둘은 뜨거운 눈물의 화해를 하고 그때부터 자신들을 이용하기만 한 모든 자들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결과적으로 복수에 성공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데, 상세한 과정은 직접 재미있게 관람하면서 즐기는 것이 좋겠다. 오랜만에 보는 워맨스와 다양한 배우들의 콜라보와 명연기는 좋았지만, 베테랑이나 모가디슈에서 보여주었던 류승완 감독의 코믹 & 드라마의 밸러스 조절이 아쉽다. 개인적으로 10점 만점에 7점. 사적인 취향 상 높은 점수를 주지는 않았으나, 네이버 평점도 7.99점, 극장가에도 손익분기점을 한참 넘긴 500만명을 모으며 흥행했으니 보려던 마음을 접을 필요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