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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정보

제74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편집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0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출품되었다. 2001년 정식으로 극장에서 개봉하여 놀란 감독의 첫 번째 흥행작이 된 스릴러 영화, 반전 영화다. 나도 이 작품으로 놀란 감독을 처음 만났고 시간 순서를 뒤섞어 결말로부터 시작, 즉 원인으로 달려가는 방식의 전개에 신선하고도 당황스러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를 통해 반전 영화의 묘미를 알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랄까.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촬영했다던데 이 감독 진짜 천재인 것 같다. 놀란 감독의 초기 영화이지만 이때부터 시공간에 대한 그의 각별한 관심, 불친절하지만 교묘하고 체계적이면서 독특한 이야기 전개 방식이 돋보인다. 한국 대중들은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줄거리 및 등장인물

주인공 레너드 셀비는 사고로 인해 대뇌의 해마가 손상되어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지 못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된다. 사고 전의 기억은 있지만 사고 이후 그의 단기 기억은 10분이 한계. 아내를 성폭행하고 죽인 '존G'라는 자를 추적하는데, 아내가 살해당한 사건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때문에 복수를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핵심 정보를 메모나 자신의 몸에 문신으로 남겨 잊지 않으려 애쓰고, 중요한 인물이나 장소는 사진으로 남겨두기도 한다. '사진, 메모, 문신으로 남긴 기록을 따라 범인을 쫓는 기억 추적 스릴러'라는 시놉시스의 한 문장이 이 영화의 모든 줄거리를 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너드의 아내는 사건 당일 비닐에 싸여 존 G에게성폭행을 당하고, 도중 레너드가 난입해 범인을 쏴 죽이는 데 성공하지만 뒤이어 들어온 공범에게 공격당해 그만 정신을 잃고 이후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된다. 그 사이 목숨을 잃은 아내. 이 사건을 계기로 레너드는 복수를 결심하고 온전하지 못한 자신의 기억의 궤적을 더듬어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존 에드워드 갬 멀, 테디는 레너드를 믿어주며 그의 복수를 돕지만, 레너드의 상황을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오히려 그를 이용해 마약상도 잡고 돈도 벌려하기도 하는 부패 경찰이다. 그래도 그 와중에 레너드를 가까이하며 돕는 건 테디뿐이다. 레너드는 과거에 보험조사관이었는데, 그때 젠키스 부부의 사건을 담당한다. 회계사였던 새뮤얼 R. 젠키스, 즉 새미는 레너드처럼 교통사고로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된 인물. 당시 기억상실증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레너드는 새미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새미의 아내는 남편이 혹시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10분마다 자신에게 인슐린 주사를 놓게 하여 과다 투약으로 사망한다. 이 사건은 현재의 레너드 사건과 직접적 관련은 없으나 이후 레너드의 이야기와 연계되며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스포 하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므로 여기까지만 쓰겠다. 영화는 시간을 역행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그 와중에 또 흑백으로 나오는 과거 이야기는 시간순이다. 때문에 옆 사람과 수다 떨면서 보다가 한 장면이라도 놓치면 뒷 내용을 따라가기 힘드니 정신 바짝 차리고 집중해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포 당하고 싶지 않다면 더 이상 아래 내용을 보지 마시길.

 

결말 및 해석 (스포 있음)

레너드는 사실 이미 테디의 도움으로 존G를 죽여 복수에 성공했었다. 하지만 기억상실증 때문에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새롭게 존G에 대한 복수를 꿈꾼 것. 이런 모습을 보고 레너드의 상태를 완전히 알게 된 테디는 그를 이용하기 시작한다. 사실 레너드의 아내는 강도를 당하긴 했으나 살해되진 않았다. 그녀는 당뇨병과 남편의 기억상실증 때문에 가난에 시달렸지만 보험사에서는 레너드의 기억상실증이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다. 아내는 레너드의 병이 거짓인지 아닌지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에게 인슐린 주사를 놓아주는 레너드가 보는 시계를 계속해서 10분 전으로 돌리고, 반복해서 주사를 놓게 한다. 아내를 사랑하는 레너드의 병이 진짜가 아니라면 그녀에게 계속해서 주사를 놓을 수 없을 것이므로. 하지만 레너드의 병은 거짓이 아니었기에 치사량 이상의 주사를 아내에게 놓게 되고, 아내는 그의 병이 거짓이 아님을 깨달았지만 이미 인슐린 과다로 죽음의 문턱에 선 이후였던 것이다. 결국 레너드는 자기 손으로 아내를 죽인 셈. 레너드는 현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기억을 왜곡시키는 선택을 한다. 존G가 아내를 죽였다고. 더불어 새미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사실은 자신의 이야기였던 것을 새미의 이야기로 만들어버린다. 테디가 레너드에게 지난 모든 진실을 알려주며 자신의 이름도 줄이면 존G라고 말하지만 레너드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그 마저 죽여버린다. 하지만 곧 레너드는 자신의 가슴팍에 새겨진 '내가 해냈다'라는 문신을 보며 그 문신을 만지던 아내의 기억을 떠올리고, 자신이 복수를 끝냈을 때 그녀가 살아있었음을 떠올리며 사실은 테디의 말이 맞았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곧 그는 다시 기억을 상실하고, 새로이 깨어나 새로운 복수를 다짐하며 삶을 이어간다.

 

후기 및 리뷰

아마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기억이란 무엇인가 돌아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기억을 맹신한다. 자신의 기억을 기반으로 남긴 기록을 철썩 같이 믿고 남의 기억은 아주 쉽게 의심한다. 학교 폭력 사건에 있어 가해자의 기억과 피해자의 기억만 대조해 보아도 그 차이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 각 나라의 입장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도 유사하다. 누가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180도 달라지는 것이다. 다 보고 나서 나중에 시간 내 한번 더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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