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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넌> 영화 정보

'죽을 만큼 무섭지만 죽진 않는다'는 캐치프레이즈는 <컨저링>의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하지 않는가? 저주받은 인형 애나벨과 함께 컨저링 유니버스의 유명한 귀신 양대 산맥인 수녀 악령과 연관된 스토리로 만든 스핀오프 영화, 최근 <더 넌 2>가 개봉하면서 다시 한번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더 넌>. <컨저링>에서 영화 초반부터 섬뜩한 공포의 시작을 느끼게 만드는 수녀 형상의 악마 발락을 중심 소재로 한다. 신부님, 수녀님은 가톨릭 교회의 상징과 같은 존재이자 엑소시즘을 행할 수 있는 성직자인만큼 악령과 연관 짓는 것이 생소해서일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컨저링 관람 후 수녀 귀신을 가장 무섭고 기억에 남는 귀신으로 꼽는다. 컨저링 유니버스 영화들 중 시간 순서 상 맨 앞에 해당한다. <컨저링>을 본 뒤 관람한 터라 수녀 귀신의 모습이나 점프 스케일 포인트를 예측할 수 있어 덜 무서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오히려 알아서 더 무서웠달까.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수녀님들 중 대부분이 악마의 현신을 막기 위해 희생과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분들 이건만 수녀 비슷한 형상이 나타날 때마다 흠칫 놀라고, 수녀로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을 의심하게 만든다. 연출에 비해 서사적 구성과 스토리텔링면에서 아쉽다는 평이 많고 잘못된 가톨릭 고증으로 비난을 많이 받았으나, 혹평에 비해 작품의 흥행은 컨저링 유니버스 작품 중 1위라고. 컨저링 세계관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보지 않을 수 없다. 제목은 영화의 중심 소재를 정직하게 표현한 '수녀'. 최근 개봉한 <더 넌 2>를 관람하는데 줄거리 이해 면에서 큰 문제는 없으나 세계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더 깊은 재미와 1편과 비교 대조하며 요모조모 뜯어보는 맛을 위해 2편을 보기 전 1편을 먼저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15세 관람가라고 안심했다가는 큰코다칠 것. 러닝 타임은 96분이라 방광에는 여유가 있겠다.

 

줄거리 및 등장인물

루마니아의 젊은 수녀가 자살한 사건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바티칸에서 파견된 버크 신부는 아이린 수녀와 함께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남아 있는 수녀들의 안부도 확인하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크르차 수녀원으로 향한다. 사건의 목격자이지만 그 이후 악몽에 시달리는 동네 청년에게 수녀원까지 안내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마을 사람들을 비롯한 모두가 저주받은 수녀원이라며 접근을 꺼린다. 청년은 자신을 프렌치, 즉 프랑스인이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프랑스계 캐나다인으로 동네에서 배달부일을 하고 있다. 아이린 수녀가 그를 설득하여 수녀원으로 향하게 되는데, 수녀원은 배달부를 통해 물자를 건네어 받는 출입구와 내부로 연결된 수녀들의 출입구가 다른만큼 외부와 교류가 단절된 봉쇄 수녀원이었다. 프렌치는 자살한 수녀의 시체를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안내했는데, 확인해 보니 눕혀두었다던 시신이 똑바로 앉은 채 기이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시신의 손에서 알 수 없는 열쇠를 발견하게 된다. 셋은 수녀원 근처 공동묘지에 시신을 안장하는데 그 주변은 무덤을 위한 십자가 외에도 많은 십자가들이 마치 수녀원을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다. 이후 수녀원으로 향해 원장 수녀를 만나는데, 해가 지면 수녀원은 문을 잠그고 대침묵에 들어간다며 사건 조사를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면 내일 다시 오거나 수녀들의 숙소에서 하루 묵을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버크 신부와 아이린은 수녀원에서 괴이한 일들을 겪거나 악몽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후 수녀들과 교류하고 사건에 진상에 다가가며 끔찍한 악령의 실체를 맞닥뜨리게 된다. 

 

결말 해석 후기 (스포 있음)

이 수녀원은 바깥세상과 단절하고 십자가를 두른 채 수녀들의 끊임없는 기도로 지옥의 문을 봉인해 둔 곳이었던 것. 사건 당일 '하느님의 영역은 여기까지'라고 표기된 곳으로 향하던 비장한 표정의 수녀 2명 중 나이 든 수녀 한 명은 악마에게 끌려가 죽임을 당하며 '계획대로 하라'는 말을 남긴다. 함께 있던 젊은 수녀는 악마로부터 도망치다가 결국 목을 매달아 자살하는데 악마는 살아있는 인간의 몸에 현신하므로 그것을 막고 자신의 영혼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최후의 선택을 한 것. 이후 프렌치가 식료품을 배달하러 수녀원에 갔다가 수녀의 시신을 목격하며 악마 발락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영혼을 보던 아이린 수녀가 수녀원에서 본 모든 수녀들은 악마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으려다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 수녀들의 환영이었으며, 버크 신부와 아이린 수녀가 수녀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이곳은 악마의 소굴이었던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이들은 수녀원에 보관되어 있던 성물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이용해 지옥의 문을 닫고 발락을 봉인하나 캐나다로 돌아가 농사나 짓겠다던 프렌치의 목 뒤에 역십자가의 흔적이 보이며 발락이 완전히 봉인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애초에 영화 초반에 버크 신부와 아이린 수녀를 인도할 때 VA 01 LAK(발락)이라는 번호판을 단 마차에 태워 수녀원으로 안내하는데,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역할 대비 수상할 만큼의 비중을 가진 이 청년이 악마와 연관된 가장 큰 떡밥이자 컨저링 세계관의 연결고리임을 눈치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인물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엑소시즘을 행할 수 있는 만큼 악령의 존재를 느끼고 대처할 수 있는 버크 신부는 제대로 된 엑소시즘을 행할 기회도 없이 악령에게 휘둘리고 (관에 끌려들어 가 아이린 수녀에게 구조되는 장면은 무섭다기보다 우스꽝스러울 지경이었다), 수녀원 안의 수녀들은 워낙 비슷비슷한 모습 때문일지 각각 어떤 역할이나 매력, 서사를 가진 캐릭터라기보다 '수녀들'로서 칭해질 수 있는 하나의 군집과 같이 느껴졌다. 버크 신부와 다니엘의 서사, 아이린 수녀의 어린 시절, 프렌치가 겪는 사건들과 수녀원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이 흩뿌려져 있어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다소 산만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기도 하여 인내심이 많지 않은 관객이라면 중반부터는 집중하기를 포기할 수도. 악령과 싸우는 포인트에서도 완벽한 일반인인 프렌치가 샷건으로 악령을 공격하는 등 어이없는 포인트가 다소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섭긴 무서우니 실망부터 하기보다 일단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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