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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웨어> 넷플릭스 영화 정보
넷플릭스에서 발견한 따끈따끈한 신작 영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회색빛 전체주의 국가가 된 스페인에서 남편과 함께 임신한 몸으로 화물 컨테이너에 숨어 도망치려던 주인공이, 예기치 못한 풍랑을 만나 바다에서 표류하게 되면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눈물겨운 생존 스토리를 담고 있다.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이나 영국 콘텐츠 외에 스페인, 프랑스, 브라질 등 다른 언어를 쓰는 국가들의 재미있는 콘텐츠를 볼 수 있고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 넷플릭스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알베르토 핀토 감독 작품. 장르가 스릴러로 구분되어 있으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스릴러 영화와는 긴장감의 결이 다르다. 아나 카스티요라는 배우가 만삭의 주인공을 연기하는데, 사실상 다른 배우들은 조연 중의 조연일 뿐이며, 그녀 혼자서 이 영화를 하드캐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정말이지 실감 나는 연기와 감정 표현이 일품이며, 마치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 있는 사람처럼 현실적으로 표현해서 우리 가족 모두 혀를 내두르며 영화를 봤다. 러닝 타임은 109분 정도로 그다지 길지 않으며, 주인공이 상처 입거나 다치는 장면이 리얼하고 그녀가 겪는 절망적 상황 자체가 끔찍하여 18세 이상 관람가를 받은 것 같다.
줄거리 및 등장인물
기초 자원이 부족하여 유럽 곳곳이 피폐해져 가는 가운데, 스페인에도 전체주의 정부가 들어서 약육강식 정책을 실시하면서 어린 아이나 노인, 임산부 등 다른 이에게 의존해야 살 수 있는 약자들을 무자비하게 잡아들인다. 미아(아나 카스티요)는 만삭의 임산부로 남편 니코(타마르 노바스)와 함께 스페인을 탈출하기 위해 브로커의 손에 이끌려 화물 컨테이너에 오르게 된다. 항구에 닿기까지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옥신각신 하다가 남편 니코와 떨어지게 서로 다른 컨테이너에 있게 되는데, 설상가상 미아의 컨테이너가 검역관에게 발각되어 미아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총에 맞아 죽는다. 미아는 컨테이너 내에 적재되어 있던 짐들의 꼭대기로 기어올라가 숨은덕에 간신히 살아남는데, 큰 흔들림 때문에 컨테이너 벽에 머리를 부딪혀 정신을 잃는다. 눈을 떠 총알구멍으로 밖을 보니 보이는 것이라고는 끝도 없는 망망대해뿐이다. 화물선이 항해를 하는 과정에서 풍랑을 만나 큰 흔들림이 있었던 것이고, 그 과정에서 컨테이너가 바다에 떨어진 것이다. 미아의 배는 이미 부풀 대로 부풀어 올랐고, 그녀는 별 수 없이 태풍이 불던 어느 날 컨테이너 안에서 아이를 낳는다. 절망적 상황 속에서 아이를 바라보던 미아는 아이를 바라보며 눈물을 거두고, 남편을 의지하기 바빴던 연약한 임산부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불사하는 강인한 어머니로 다시 태어난다. 컨테이너 안에 있던 화물 상자를 풀어보니 락앤락 통, 40인치 TV, 후드티, 이어폰 등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만 쓸데없이 쌓여있는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 것처럼 그때그때 기발한 쓸모를 찾아내 생존에 활용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하루하루 미아는 지쳐가고, 컨테이너도 점점 가라앉아 가는데 삶의 의지를 잃을 때 즈음 남편과 위성 전화가 닿는다. 처음엔 희망을 말하던 니코도 결국 도망치다가 총에 맞아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되고, 어떻게든 니코를 만나 출산한 딸 노아를 안겨주겠다는 일념으로 의지를 다져왔던 미아는 절망한다.
결말 후기 평점 (스포 있음)
전화가 끊긴 후 미아는 최후의 발악을 위해 컨테이너 밖으로 피신하고 락앤락 통을 이어 뗏목을 만든 뒤 사진의 손목을 뗏목에 묶는다. 그때 어디선가 갈매기가 날아들고, 그녀는 해안가가 멀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하며 그녀가 죽더라도 노아만은 살 수 있도록 뗏목 주변으로 먹다 남은 생선을 뿌리며 갈매기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닷가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지나는 어선 한 척이 오늘따라 어획량이 좋지 않다며 주변을 살피다 노아의 뗏목을 발견하고 뗏목에 손목을 연결해 둔 채 기절하여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던 미아도 함께 구해내며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예상 가능한 해피엔딩이었지만, 만약 해피엔딩이 아니었다면 분노했을 만큼 주인공에게 가혹한 영화였다. 차라리 해피엔딩인 것을 알고 보는 것이 마음 편할 수 있겠다. 보면서 몇 번을 "이제 그만!"이라고 외쳤는지 모른다. 바닷물 속에서 출산을 하거나, 쇳조각에 허벅지를 베이거나, 날 생선을 먹는 등 세균과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의 위험 따위는 가뿐하게 의지로 극복한 듯한 모습이나, 넓디넓은 바다 한가운데서 애니콜 폴더폰처럼 보이는 전화와 스마트폰으로 남편과 딜레이 조차 없이 감정을 나눌 수 있을 만큼 원활한 통화를 하는 장면, 밤바다의 추위는 후드티 몇 장으로 가뿐하게 이겨내는 체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비현실적인 포인트가 많았으나 그 모든 것을 주인공의 눈물겹게 처절한 연기로 이겨내는 영화였다. 아이를 출산한 뒤 가슴에서 젖이 흘러나와 노아에게 어렵사리 젖을 물리는 장면 등은 정말이지 너무 리얼해서, 진짜 산모가 아니고선 어떻게 저 장면을 촬영한 것일까 싶을 만큼 현실적이었다. 생존을 위한 인간의 의지와 모성애를 뼛속 깊이 느낄 수 있었던 영화이자, 오롯한 1인 연기만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구나 새삼 느끼게 한 영화였다.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만점에 8.5점. 현생에 불만 많고 작은 괴로움도 크게 느껴질 때 보면, 새삼 평화로운 일상과 곁에 있는 가족들에게 감사할 수 있을 것이다.